코스피 39% 하락, 판은 끝나지 않았다 — AI 추론·반도체 실적·세수

이 글은 유튜브 「정치놀이 김박사」에 올린 영상의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한 것입니다.
6월 22일 코스피는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리고 10월 20일(영상 제작 시점) 종가는 5,552.74였다. 넉 달 만에 고점보다 약 39% 낮아졌다(계산값).
그런데 같은 넉 달 동안 삼성전자는 한 분기에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겼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나라 곳간에는 반도체 기업이 낸 법인세가 크게 들어왔다. 주가는 무너졌는데 돈은 실제로 벌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글의 판단은 이것이다. 이번 하락은 구조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기대가 꺾인 것이다. (필자의 해석) 사실과 해석을 나눠 쓰고, 해석에는 표시를 붙인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서킷브레이커와 7거래일 연속 하락
10월 15일 코스피는 하루에 7.57% 떨어졌다. 주식 매매를 20분 동안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다. 7거래일 연속 하락이었고, 10월 20일에도 3.73% 더 내렸다. 언론이 꼽은 이유는 세 가지다.
- AI 수익성 — AI에 쏟은 돈이 정말 돈이 되느냐는 의심.
- 미국 물가 — 미국 9월 소비자물가가 3.7% 올라 예상보다 높았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다.
- 중국의 추격 —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메모리를 더 많이 만들 것이라는 우려.
셋 다 앞으로 벌 돈에 대한 걱정이다. 지금 벌고 있는 돈은 다른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장 최근 분기 실적은 둘 다 분기 사상 최대였다.
2. AI 학습과 추론, 그리고 HBM
AI가 돈을 쓰는 단계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데이터를 읽고 공부하는 단계, 즉 학습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질문하면 답을 만들어 내는 단계, 즉 추론이다. 학습은 모델을 만들 때 집중적으로 돈이 든다. 추론은 사람들이 AI를 쓸 때마다 계속 든다. 쓰는 사람이 늘수록, AI가 맡는 일이 길어질수록 추론은 늘어난다.
반도체 회사도 같은 얘기를 한다. SK하이닉스 안현 사장은 10월 14일 AI 추론 시장이 빠르게 커진다고 설명하면서 "AI 인프라의 성능 규모가 2030년에는 올해보다 약 20배까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회사의 전망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그럼 메모리는 왜 중요할까. AI 칩 바로 옆에 메모리를 여러 층 쌓아 붙인 부품이 있다. 이것을 고대역폭메모리, HBM이라고 부른다. AI가 답을 빨리 내려면 계산만큼 데이터를 빨리 옮겨야 하는데, 그 길을 넓혀 주는 것이 HBM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실적 발표에서 수요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사람 대신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로 바뀌면서 메모리 수요 기반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AI가 싸지면 수요가 줄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효율이 좋아지면 오히려 쓰는 사람과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3. 실적: 회사가 공식 발표한 숫자
-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10월 8일) —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 작년 같은 분기의 약 8.8배다. 영업이익률은 55.1%로, 매출의 절반 넘게 이익으로 남았다는 뜻이다.
-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7월) — 매출 79조 3천억 원, 영업이익 60조 5천억 원. 100원어치를 팔아 76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 영상 제작 시점(10월 20일)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10월 28일 발표 예정이었다.
4. 반도체 이익이 세금과 월급으로 돈다
이렇게 번 돈은 회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금으로, 그리고 월급으로 나라 경제에 흘러간다. 정부(재정경제부)가 9월 30일 발표한 8월 국세 수입을 보면 이렇다.
- 8월 한 달에만 법인세가 39조 7천억 원 걷혔다. 작년 8월보다 23조 8천억 원 많다.
- 8월은 기업이 상반기 이익에 대한 세금을 미리 내는 달이다. 이를 '중간예납'이라고 한다. 보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의 중간예납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 1~8월 법인세는 91조 6천억 원으로 작년보다 28조 2천억 원 늘었다.
- 성과급이 늘면서 근로소득세가 늘어 소득세는 14조 4천억 원 더 걷혔고, 부가가치세도 민간 소비 증가 등으로 7조 4천억 원 늘었다.
- 그 결과 1~8월 나라살림 적자는 43조 원으로, 2018년 이후 가장 작은 적자다.
그리고 올해 이익에 대한 세금은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았다. 12월 결산 기업은 한 해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다음 해 3월까지 신고한다. 게다가 올해 사업연도부터 법인세율이 구간마다 1%포인트씩 올랐다. 그래서 반도체 세금이 내년 봄에 한 번 더 크게 들어올 것으로 본다. (필자의 해석)
세금이 늘면 정부가 경기에 쓸 수 있는 돈도 늘어난다. 반도체 이익이 세금과 월급을 거쳐 국내 경제로 도는 구조, 이것이 이번 판의 핵심이다. (필자의 해석)
5. 반대 근거: 한쪽 얘기만 하면 선전이다
- 메모리는 경기를 크게 타는 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불과 3년 전인 2023년에 한 해 7조 7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값이 오르면 모두 공장을 늘리고, 물건이 넘치면 값이 떨어지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중국 창신메모리 소식에 주가가 흔들린 것도 같은 이유다.
- AI 투자가 지나치다는 경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30년까지 AI 투자비와 이자, 기대 수익을 채우려면 매출 8조 5천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실제 매출은 많아야 3조 6천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빅테크가 투자를 줄이면 메모리 주문도 줄어든다.
- 바깥 변수. 미국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율도 변수다. 6월 1일 1,504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0월 20일에는 1,320원대였다. 달러로 번 돈을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줄어든다.
- 두 종목 쏠림.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두 종목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같이 흔들리는 구조다.
6. 그래도 낙관하는 이유
반대 근거를 다 봤지만, 필자는 낙관 쪽에 건다. 사이클, 과잉 투자, 바깥 변수 순서로 반박한다. (필자의 해석)
- 사이클 —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곳과 장기 공급계약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주문이 여러 해 단위로 묶이면 예전처럼 값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험은 줄어든다고 본다. (필자의 해석)
- 과잉 투자 — 그 경고의 핵심은 AI에 돈을 댄 쪽이 본전을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메모리 회사는 그 투자로 이미 물건값을 받은 쪽이다. 물론 투자가 줄면 메모리 회사도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 (필자의 해석)
- 바깥 변수 — 금리와 환율은 주가를 크게 흔든다. 하지만 AI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흐름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한다고 본다. (필자의 해석)
주가는 기대를 사고팔지만, 실적은 결국 돈으로 찍힌다. 그리고 그 돈은 이미 세금이 돼 나라 곳간에 들어오고 있다.
7. 코스피 10,000은 사실이 아니라 주장이다
분명히 해 둔다. 코스피 10,000은 사실이 아니라 필자의 주장이다. 10월 20일 종가에서 전고점까지 가려면 약 64%, 10,000까지는 약 80% 올라야 한다(계산값).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그래서 조건을 건다. (필자의 해석)
- 반도체 이익이 내년에도 이어지고 미국 금리가 더 오르지 않으면, 전고점 회복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 여기에 늘어난 세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진다면 '10,000 시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 반대로 빅테크가 AI 투자를 줄이기 시작하면 회복은 그만큼 늦어진다.
앞으로 지켜볼 일정은 미국 금리 결정,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10월 28일 발표 예정이었다), 삼성전자 확정 실적, 그리고 매달 나오는 세수 발표다. 숫자가 꺾이면 판단도 바꾸겠다.
※ 투자 권유가 아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숫자는 영상 제작 시점(2026년 10월 20일) 기준이며, 서로 다른 매체 2곳 이상에서 같은 값일 때만 사용했다. 하락률·필요 상승률·배수·영업이익률은 계산값이다. '필자의 해석'으로 표시한 부분은 글쓴이의 의견이다.
참고
- 연합인포맥스 · 매일경제 (6/22) — 코스피 사상 최고치 9,114.55
- 연합뉴스 · MBC (10/20) — 코스피 종가 5,552.74
- 연합뉴스 · 조선비즈 · KBS (10/15) — 코스피 -7.57%·서킷브레이커 발동
- 삼성전자 뉴스룸 · 연합뉴스TV · YTN (10/8) —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 SK하이닉스 뉴스룸 · 한국경제 · 디일렉 (7/29) —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 뉴스1 · Investing.com —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 예정일
- 재정경제부 국세수입 — 연합인포맥스 · 서울이코노미뉴스 · SBS — 8월 법인세 39조7천억원
- 연합뉴스 · 한국경제 (SEDEX 2026) / SK하이닉스 뉴스룸 · 디일렉 컨퍼런스콜 — AI 추론 수요 발언
- 연합뉴스 · 한겨레 — 가트너 AI 투자 전망
- 연합뉴스 · 연합뉴스TV — 원·달러 환율
- 조선일보 · MBC — 미국 물가·금리
- 연합인포맥스 · 연합뉴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
- 법무법인 신&김 · 세무법인 가치 / 법인세법 제60조 — 법인세율 개정·신고 기한
- 사진: Korea exchange — hyolee2 · CC BY-SA 3.0
- 사진: Skyline of Yeouido — S h y numis · CC BY 4.0
- 사진: Datacenter Server Racks — Carl Lender · CC BY 2.0
- 사진: AMD Fiji GPU package with HBM — C. Spille/pcgameshardware.de · CC BY-SA 4.0
- 사진: Semiconductor clean room — Aileen Devlin/Jefferson Lab · Public domain
- 사진: Government Complex Sejong — *Youngjin · CC BY-SA 3.0
- 사진: SK Hynix DDR5 Tall MRDIMM — 4300streetcar · CC BY 4.0
- 사진: Silicon Wafer — Rob Bulmahn ·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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