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인물 2편 아셈 마레이 — 이집트 소년이 창원을 고향이라 부르기까지

이 글은 유튜브 「LG 세이커스 채널」에 올린 영상의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한 것입니다.
마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골밑에서 몸을 부딪치고, 튀어나온 공을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는 리바운드가 몇 개인지부터 말하지 않겠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어떻게 창원을 두 번째 고향이라고 부르게 됐는지, 그 길을 따라가 본다.
농구가 일상이던 집
마레이는 1992년 6월 16일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농구와의 인연은 집에서 시작됐다. 아버지 아흐메드 마레이는 이집트 국가대표 출신으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나갔던 농구인이다.
누군가에게 국가대표는 텔레비전 속 사람이다. 마레이에게는 집에서 만나는 아버지였다. 그 아버지에게 농구를 배웠고, 이집트 자말레크에서 선수로 자랐다.
가족의 영향은 아버지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레이는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형제도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조언을 듣는 게 익숙했고, 그래서 코치의 지적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아셈 마레이
사람은 선수를 볼 때 체격과 재능을 먼저 본다. 그런데 오래 뛰는 선수에게는 다른 능력도 필요하다. 지적을 들었을 때 무엇을 고칠지 생각하는 능력, 자기 역할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필자의 해석)
이집트 밖으로 열린 문
젊은 마레이는 이집트의 유망주로 국제무대에 나섰다. 2010년에는 이집트의 18세 이하 아프리카 대회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듬해에는 라트비아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평균 18.5득점과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성인 무대 경험을 쌓기도 전에, 세계의 또래들을 상대로 골밑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중요한 건 기록만이 아니다. 그 무대가 다음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미국 지도자 빌 베이노와의 연락이 미네소타주립대 진학으로 연결됐다.
농구를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나은 교육도 받고 싶었다
— 아셈 마레이
미네소타에서 쌓은 세 시즌
마레이가 뛴 학교는 미네소타주립대학교 맨케이토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학교와 헷갈리면 안 된다. NCAA 디비전 2 소속 매버릭스였다.
학교가 남긴 기록을 보면 성장이 보인다. 마지막 시즌에는 32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고, 평균 19.6득점과 8.9리바운드를 올렸다. 팀의 득점과 리바운드, 둘 다 가장 앞에 있었다.
대학 통산 득점은 1,600점. 졸업할 때 학교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학업도 이어가 여러 분야를 함께 공부하는 학제 간 전공을 했다.
여기서 볼 것은 학교 간판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한 일이다. 자기가 선 무대에서 얼마나 꾸준히 뛰었는지, 동료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됐는지. 마레이의 대학 시절에는 그 답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필자의 해석)
여러 나라를 거친 프로 생활
2015년 대학을 마친 마레이는 리투아니아의 샤울랴이로 간다. 이어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두 시즌, 튀르키예 카르시야카, 다시 독일 밤베르크를 거쳤다.
- 2015 — 샤울랴이 (리투아니아)
- 2016~2018 — 바이로이트 (독일)
- 2018~2019 — 카르시야카 (튀르키예)
- 2019~2020 — 밤베르크 (독일)
- 2020 — 메트로폴리탄스 92 (프랑스), 그해 말 갈라타사라이
유럽 경력을 한 줄로 적으면 팀 이름이 길게 늘어선다. 그런데 그 안에는 계속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자기 자리를 만들어야 했던 시간이 있다. 계약이 바뀌면 동료도 코칭스태프도 바뀐다. 한 팀에서 통했던 방식이 다음 팀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필자의 해석)
2020년 프랑스에서 함께 뛴 동료 중에는 아치 굿윈이 있었다. 훗날 LG에서 다시 만나게 될 그 선수다.
이렇게 여러 리그를 거친 뒤 마레이는 한국으로 온다. 팬들에게는 LG의 마레이가 익숙하지만, 그 유니폼을 입기 전에도 이미 긴 선수 생활이 있었다.
창원에서 만든 우승의 기억
마레이가 LG에서 뛰기 시작한 건 2021-22시즌이다. 처음부터 챔피언의 자리에 있었던 건 아니다. 여러 시즌을 함께 보내면서, 마레이는 창원의 골밑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2025년 5월, LG가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다. 시리즈는 마지막 7차전까지 갔다. 먼저 세 경기를 잡고도 내리 세 경기를 내줬고, 마지막 한 경기에서 우승을 결정했다.
이런 시리즈는 우승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하기엔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 팬들은 다음 경기까지 기다려야 했고, 선수들은 다시 코트에 서야 했다. (필자의 해석)
여기서 수상 기록은 정확히 구분하자. 당시 공식 챔피언결정전 MVP는 허일영이었다. 마레이를 우승의 핵심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공식 MVP였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마레이는 2025-26시즌에 정규리그 외국선수 MVP와 최우수수비상을 받았다. LG에서 보낸 시간이 팀의 성과와 개인의 인정으로 함께 이어진 장면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이어진 여정
마레이의 농구는 한국 안에서만 이어지지 않았다. 2025년 LG의 우승 뒤에는 리비아 구단 알아흘리 트리폴리 소속으로 아프리카 농구리그, BAL에 나갔다.
6월 14일 결승에서 알아흘리 트리폴리는 페트루 드 루안다를 88 대 67로 꺾었다. 마레이는 22득점과 19리바운드를 올렸다. 리비아 팀이 이 대회 정상에 오른 첫 사례였고, 대회 MVP는 다른 선수였다. 마레이는 우승에 힘을 보탠 쪽이다.
이 경력을 보고 한국을 완전히 떠난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후에도 LG와의 동행은 이어졌고, 2026-27시즌 마레이는 LG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집트에서 시작해 미국, 유럽, 한국, 다시 아프리카의 큰 무대까지. 마레이의 선수 생활은 우리가 매주 보는 경기보다 훨씬 넓은 지도를 가지고 있다.
가족에게도 집이 된 창원
그 긴 여정에서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 마레이는 공개 인터뷰에서 아내의 지원 덕분에 농구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 우선이다. 가족이 잘 지내야 내 역할도 할 수 있다
— 아셈 마레이
선수의 경력표에는 어느 팀에서 몇 년을 뛰었는지가 적힌다. 그런데 가족의 삶에는 다른 기록이 쌓인다. 새 도시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익숙한 일상을 만들고, 시즌이 지나도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필자의 해석)
2026년 9월 인터뷰에서 마레이는 창원을 두 번째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들이 창원에서 태어났고, 가족도 잘 지내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창원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이다
— 아셈 마레이 (2026년 9월)
팬이 응원하는 선수의 집이, 팬이 사는 도시에 있다는 것. 그렇게 한 시즌씩 쌓인 시간이 선수와 구단의 관계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필자의 해석)
지금의 마레이, 그리고 다음
마지막으로 농구 이야기를 짧게 덧붙인다. 마레이는 인터뷰에서 자기 역할을 알고, 그 역할을 높은 수준으로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골밑에서 존재감을 만들고, 리바운드를 잡고, 팀을 돕는 일이다. 모든 기술을 다 갖춘 선수가 되겠다는 말보다, 팀에 필요한 일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필자의 해석)
2026-27시즌에는 프랑스에서 함께 뛰었던 굿윈과 LG에서 다시 만났다. 마레이는 프랑스 시절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 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어떤 농구를 만들어 가는지는 따로 다룰 이야기다.
오늘 기억할 마레이는 기록표 속 센터만은 아니다. 농구인의 아들로 자라 미국 대학에서 배우고, 여러 나라에서 뛰고, 창원에서 가족과 시간을 쌓아 온 한 선수다. 다음에 마레이가 리바운드를 잡는 장면을 보면, 그 공 하나에 앞서 있던 긴 여정도 잠깐 떠올려 보면 어떨까.
이 글은 팬이 만든 채널의 영상 대본을 옮긴 것이며, 구단 공식 채널의 입장이 아니다.
참고
- FIBA — 아셈 마레이 선수 기록(1992-06-16 이집트 출생, 2011 U19 평균 18.5점)
- FIBA — 아버지 아흐메드 마레이, 이집트 국가대표·1984 LA 올림픽
- 미네소타주립대학교 맨케이토 공식 — 2014-15 32경기 전 선발, 19.6점 8.9리바운드, 통산 1,600점
- 갈라타사라이 공식 — 아셈 마레이 영입 발표(2020)
- 경남신문 (2021) — 아셈 마레이 창원 LG 첫 시즌
- 일간스포츠 (2025-05-17) — LG 창단 첫 우승, 3승 후 3패 뒤 7차전, 챔프전 MVP 허일영
- BAL 공식 — 2025 결승 88-67, 마레이 22점 19리바운드, 리비아 팀 첫 우승
- 점프볼 (2025-26) — 정규리그 외국선수 MVP·최우수수비상 아셈 마레이
- 일간스포츠 (2026-09) — LG 6년차, 굿윈과 재회, 창원을 두 번째 고향이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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